관련기사

제목 한·일 해저터널, 상생 전제돼야 작성자 관리자 섬나라 일본은 대륙 진출에의 욕망이 컸다. 400여년 전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륙 정벌을 꿈꾸고 조선에다 '정명향도(征明嚮導·명을 치려하니 길을 안내하라)'를 요구했는데, 대마도 도주가 전달과정에서 문구를 '가도입명(假途入明·명으로 가려하니 길을 빌려달라)'으로 고쳐 전했다. 과대망상적 명분에 담긴 일본의 목적은 조선 침탈을 통한 영토 확장이었다.  끊임 없었던 대륙 진출의 야욕  메이지 유신 초기 일본 정부 실력자들은 공공연히 정한론(征韓論)을 제창했다. 신정부에 대한 불만의 화살을 조선 침략에 돌리려는 목적이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도 조선과 만주에 대한 일본의 야욕에 의해 발발된 것이다. 양 전쟁에서의 승리로 일본은 조선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도록 국제적 승인을 받았다. 결국 일본은 조선의 후신인 대한제국을 합병하여 식민통치하게 된다. 일본의 침략팽창주의가 조선 찬탈과 대륙 진출에 있어서 얼마나 치밀하고 집요했는지, 동북아의 근세사가 잘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유사 이래로 열망하던 대륙 진출에의 꿈, 그것도 대륙과의 육로 연결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대(大)프로젝트가 21세기 오늘에 거론되고 있다. 바로 한·일 해저터널 건설 공론화 논란이다.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일본측이 아닌 한국의 부산이다. 한·일 간에 형성됐던 지난 역사의 흐름과는 방향이 다른 점이 주목거리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해저터널 건설 문제의 공론화에 나섰다. 국경이 없어지는 초광역적 협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경제권과 일본 규슈권역과의 실질적 교류 활성화와 터널이란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을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27년 전부터 한·일 해저터널 탐사용 터널을 굴착하며 각종 조사와 시험 등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오고 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물론 한·일 해저터널 건설은 일본 군부가 1930년대부터 구상했던 것이다. 지난 2003년 한국교통연구원이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 한·일 해저터널은 부산이 물류 중심이 아닌 경유지로 전락하는 등의 이유로 실익이 없다고 보고됐다. 그러나 여기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한·일 해저터널 건설과 관련, 반대론자들은 일본 측으로선 대륙 진출 숙원사업 해결을 비롯, 일본 전역의 세계적 관광 상품화 등 숱한 이익이 발생하지만, 한국 측으로선 부산항의 물류허브 기능 축소, 아시안하이웨이의 기점 및 종점 상실, 항공 및 해운업의 위축, 관광산업 몰락 등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의 우(愚)를 우려한다. 이에 반해 찬성론자는 탈경계의 글로벌시대라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저터널 운영주도권을 갖는다면 한국이 일본보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저터널이 거제와 연결될 경우도 결국 물류가 부산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경제적 관점 외에도 양국 간 얽히고 설킨 역사문제와 국민감정 또한 해저터널 건설에 있어서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한·일 해저터널 건설은 과거 일본이 대륙 진출을 위해 침략전쟁마저 불사했던 '야만의 역사'를 포용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일본에 대해 역사적 피해의식이 남아 있는 한국민들이 이를 현실적으로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오늘의 국제 환경은 한·일 양국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통합체라는 큰 그림을 요구하고 있다. 해저터널 건설은 이를 가속화 시킬 촉매가 될 것이다. 한국이, 특히 부산이 이 사업의 타당성과 문제점 등을 냉철하게 면밀히 검토, 연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일본은 이 사안에 대해 이미 심도 깊은 연구와 조사를 해오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발 앞서간 일본이다.  양국 '여울' 메우는 작업될지?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小室直樹) 박사는 '한·일 간의 비극'이란 저서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은 가까이 있으면서 과거 2천년동안 참으로 허심탄회하게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 파여진 여울은 현해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태평양보다 더 넓다"고 했다. 해저터널 건설이 그 '여울'을 메우는 작업의 하나가 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자리가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마련돼야 할 것 같다. myung7@busanilbo.com  김종명 논설위원  출처 : 부산일보 2008. 07.04 다운로드수 0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