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의 해저터널로 기록될 공사가 완료되면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경 없는 지구촌 시대’를 맞게 될 겁니다.”
최근 미국 알래스카 프린스 오브 웨일스곶과 러시아 데주뇨프곶의 베링해협을 연결하는 ‘평화의 왕 터널’ 프로젝트 기본 구상을 공개한 (주)일신설계 이용흠(59) 회장을 2일 만났다.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IIFWP) 문선명 총재가 제창한 ‘평화의 왕 터널’ 프로젝트의 기초설계를 위해 각종 자료 수집차 알래스카 코디액 등지를 수차례 방문했다고 밝힌 이 회장은 “교량보다 해저터널로 양 대륙을 연결하는 것이 유지·관리의 효율성과 이용성, 경제적 효과 등에서 더욱 유리하며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교량 건설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먼저 겨울철 물 위로 떠다니는 수많은 얼음덩이가 교각에 부딪힌다는 점, 혹독한 기후로 1년 중 절반가량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고 겨울철에는 밤이 계속돼 통행에 지장을 주는 점, 보수와 유지·관리가 힘든 점 등이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링해협 연결공사 중 또 다른 관심사는 전망대와 휴게소 등 관광시설이 들어설 예정인 두 개의 섬. 리틀 디오메데스(미국령)와 빅 디오메데스(러시아령)는 2마일(3.2km) 떨어져 있고 두 섬 사이로 날짜변경선이 지나고 있다.
그는 “이 두 섬이 있어서 터널 공사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해저 지질조건도 영불 해협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년 중 실제로 공사가 가능한 기간이 5∼6개월 정도여서 전체 공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이 회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인 길을 뚫는다는 것은 각 나라와의 교역과 문화의 전달, 기술 평준화에 이어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빙하기 때 러시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는 얼음으로 연결돼 서로 왕래할 수 있었다. 극심한 추위로 두 대륙 사이의 바다가 얼어붙어 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얼음다리를 통해 아시아의 고대인들이 미 대륙으로 이주해 북미와 남미 대륙에 거주하게 됐죠.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도 얼어붙은 해협을 통해 미 대륙으로 건너갔습니다.”
◇2개의 큰 회랑 윗쪽에는 고속도로가, 아랫쪽에는 철도가 지나가는 ‘평화의 왕 터널’ 구상도. 사이에는 8개의 대피·수리용 보조통로가 있다.
지금부터 약 4만년에서 1만3000년 전의 일이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베링해협은 바닷물로 채워져 시베리아 땅과 알래스카 땅은 단절되었고, 설상가상 미국과 옛 소련으로 대표되는 체제 간 대립·갈등은 오늘날에도 인류 화합의 장애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대립과 분열은 분명 창조주의 뜻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막힌 곳이 없는 지구촌을 원하며,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가 될 평화의 왕 터널 건설은 단절을 뛰어넘어 소통의 길을 연다는 의미가 있다. 이 길은 동서양의 화합은 물론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세계가 평화로워지기는커녕 테러와 종교 분쟁으로 환란과 분열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 평화의 왕 터널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죠.”
지구를 잇는 하이웨이 건설은 20세기 인류의 꿈이었으나 방대한 사업 규모와 엄청난 사업비, 국가 간 이견 조율의 어려움 등으로 구체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1981년 문 총재는 ‘인류 한가족’ 이상 실현을 위해 국제평화고속도로 건설을 제창했고, 첫 실현 방안으로 한일 해저터널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탐사용 터널은 400m까지 굴착된 상태다.
베링해협을 잇는 평화의 왕 터널 사업은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인류의 기념비적인 대역사로 평가된다.
“베링해협이 연결되면 북미는 물론 남미 대륙까지 도로가 연장되며, 아시아 대륙에서는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한일 해저터널 완공 시)은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하나의 도로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회장은 평화의 왕 터널이 완성되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알래스카에 무진장 매장된 각종 천연자원과 원자재를 캐나다를 통해서 미국 전역과 멕시코 남부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것.
미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남미에 이르는 철도망을 연장 또는 증설하면 향후 10여년 내에 남미 대륙까지 연계된 물류 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서구사회의 공산품들과 공장시설, 기술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게 돼 획기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구촌 화합과 인류 공영의 꿈이 현실화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남창룡 기자
ncr@segye.com출처 : 세계일보 2005-08-03
